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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노트

형사

현장체험학습 사고, 교사 혼자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가 — 업무상과실치사와 면책 구조의 쟁점

수학여행·체험학습 사고로 교사가 업무상과실치사 유죄를 받으면서 법적 책임 구조 개선 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현행 법 체계의 문제점과 쟁점을 정리합니다.

현장체험학습 인솔 교사가 학생 사망 사고로 업무상과실치사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전국 학교에서 체험학습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행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 구조가 교육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학교안전법 면책 조항이 왜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하는지 살펴봅니다. 교육부가 이달 말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핵심 쟁점을 미리 짚어 봅니다.

업무상과실치사가 교사에게 적용되는 구조

형법 제268조와 '예견 가능성'의 문제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이 조문은 원래 의사·운전자 등 전문 업무 종사자를 염두에 두고 발전한 법리이지만, 교사도 학생 안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자로서 적용 대상이 됩니다.

2022년 속초에서 현장체험학습을 마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전세버스에서 내린 직후 다시 출발하던 버스에 치여 숨진 사건에서, 법원은 인솔 교사가 대오에서 이탈한 학생을 점검하지 못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1심은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항소심도 유죄 판단은 유지한 채 형을 선고유예로 낮췄습니다(춘천지방법원 2023고단1158, 2025노137). 선고유예는 죄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형의 선고만 일정 기간 미루는 것이므로, 교사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단은 그대로 유지된 셈입니다.

전남 목포에서도 특수교육 현장체험활동 중 학생이 바다에 빠져 숨진 사고에서 인솔 교사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단을 받았습니다.

이 두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교사가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한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 유죄 인정의 핵심 근거가 됐기 때문입니다. 업무상과실치사에서 '과실' 판단의 핵심은 "행위 당시 합리적인 주의를 기울였다면 결과를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는가"입니다. 문제는 현장체험학습이 이루어지는 도로·해안·산악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부 변수를 교사 개인이 모두 통제할 수 있는가입니다.

사고 예방 구조와 형사책임 귀속의 불균형

장소 선정과 사전답사, 안전계획 수립, 학생 인솔, 생활지도, 안전요원 관리까지 대부분의 업무를 학교와 교사가 직접 맡고 있지만, 사고 발생 시에는 국가나 교육청보다 교사 개인이 먼저 형사 피고인이 되는 구조입니다. 이 점이 교원단체들이 '불균형'으로 지적하는 핵심입니다.

현장에서는 숙박형 수학여행 한 차례를 운영하기 위해 입찰·계약, 사전답사, 안전 점검, 범죄경력 조회, 보험 가입, 안전교육, 결과 보고 등 40건이 넘는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행정 부담을 교사가 고스란히 짊어지면서도, 사고 책임은 개인 형사처벌로 귀결됩니다. 전교조의 2026년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교사의 89.6%는 사고 발생 시 개인이 져야 할 형사 책임에 극심한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숙박형 체험학습 실시율은 53.4%에 그쳤습니다.

학교안전법 면책 조항이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는 이유

현행 면책 조항의 구조

현행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안전법')은 학교장과 교직원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면책 조항(학교안전법 제10조 제5항)이 처음 신설된 이후, 2025년 12월에는 보조인력까지 면책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가 개정됐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면책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교육부 고시인 '학교 안전사고관리 지침'이 응급조치·병원 이송·사고 보고 등 사후 대응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사고 이전 예방 조치와 예견 가능 범위에 대한 기준은 사실상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2025년 12월 개정은 면책 적용 기준을 "안전사고 관리 지침에 따라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로 바꾸어, 면책 여부를 사실상 이 지침의 준수 여부에 연동시켰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지침이 응급조치·병원 이송·사고 보고 등 사후 대응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사고 이전의 예방 조치와 예견 가능 범위에 대한 기준은 빠져 있습니다. 면책의 잣대로 삼은 지침 자체가 예방 단계를 거의 다루지 않는 셈이어서, 개정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구조적으로 남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교조 위원장은 "아무리 학교안전법에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면해준다'는 문구를 넣어도 법원은 거들떠보지 않는다"며 "현실을 외면한 허공의 법 조항은 교사를 지켜주지 못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교원단체 측의 이런 주장에는 법리적으로 따져 볼 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면책 규정이 형사책임에 영향을 미치려면, 그것이 위법성조각사유인지 책임조각사유인지, 아니면 단지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 참고하는 자료인지가 정해져야 합니다. 현행 면책 규정은 그중 어느 것으로도 분명히 자리매김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결과 법원은 면책 규정을 형법과 별개로 작동하는 독립된 방어막으로 적용하기보다, 결국 형법 제268조의 '과실'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작업 안에서 함께 따지게 됩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면책 판단과 과실 판단이 사실상 같은 질문이라는 점입니다. 면책의 요건은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는가'이고, 형사 유죄의 요건은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었는가'입니다. 교사가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과실이 없어 애초에 무죄이고, 다하지 못했다면 면책 요건도 충족하지 못합니다. 면책 규정이 독자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과실 판단과 맞물려 도는 구조인 것입니다. 면책 기준을 더 명확히 다듬더라도 이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면책 조항이 교사를 형사책임에서 실제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면책 규정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 과실 유무나 양형을 판단할 때 교사가 지침에 따라 안전조치를 이행했다는 사정은 교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면책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법원이며, 입법자가 면책 문구를 넣더라도 법원이 과실을 해석하는 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그 실효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소송책임제 도입 논의의 법적 의의

핵심 방안으로 거론되는 '국가소송책임제'는 교사를 대신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소송을 수행하는 구조입니다. 교사 개인에게 집중된 법적 부담을 분산시키고 교육 활동 위축을 막는 것이 제도의 취지입니다.

이 제도의 법적 성격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첫째, 소송 수행 주체를 바꾸는 것(국가가 대신 피고석에 앉거나, 교사 대신 변호인단을 구성해 주는 것)과 둘째, 형사처벌 자체의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교원의 형사책임을 국가에 귀속시키면 사고 예방 주의의무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국가소송책임제가 단순히 소송 당사자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교원의 안전 관리 책임까지 희석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될 경우 제도의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교육당국이 체험학습 위축을 막기 위해 교사 면책 내용이 포함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법무부와 법제처 등에서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논의가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경찰관이 범인 검거 중 사고를 낸 경우, 소방관이 구조 활동 중 과실이 발생한 경우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도 설계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교육부는 이달 말 학교 현장체험학습 운영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으로, 교원단체들이 요구하는 교사 면책권 강화와 국가소송책임제 도입이 실제 대책에 반영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입법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든, 형법 제268조의 요건을 해석하는 법원의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면책 조항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법 개정 이후에도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추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증거·법원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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