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재산을 빼앗겼다면, 이제 고소할 수 있습니다
72년간 유지된 친족상도례가 2025년 말 폐지됐습니다. 부모·형제 간 횡령·사기도 피해자가 고소하면 처벌이 가능한 구조로 바뀐 핵심 쟁점을 정리합니다.
2025년 12월 31일부터 친족 간 재산범죄는 피해자가 고소하면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전환됐습니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2년간 유지되어 온 '형 면제' 구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입니다. 특히 2024년 6월 27일부터 개정법 시행일 사이에 발생한 경과사건에 대해서는 2026년 6월 30일이라는 고소기간 특례 마감이 임박해 있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무엇이 바뀌었고, 어떤 범죄가 이제 처벌 가능한가
친족상도례의 구조와 폐지 경위
형법 제328조에 규정된 친족상도례는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간의 절도·사기·공갈·횡령·배임 등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고, 그 외 친족 간에는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가족 간 재산분쟁에는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1953년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대가족 중심의 사회 구조가 1인 가구 및 핵가족 위주로 변한 데다, 가족 간 금전적 다툼이 갈수록 빈번·복잡해지며 친족상도례가 이른바 '면죄부'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방송인 박수홍이 친형을 횡령 혐의로 고소하자 박씨 아버지가 자신이 횡령했다고 나서거나, 골프선수 박세리의 아버지가 문서위조 등으로 박세리에게 재산상 손해를 끼치는 등 악용 사례가 늘면서 개정 요구가 커진 상황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6월 27일 형법 제328조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법 개정이 마무리되면서, 2025년 12월 31일부터는 부모나 자녀 등 친족 간 재산 범죄도 피해자의 고소가 있다면 처벌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정 형법의 핵심 내용
개정 형법에 따르면, 친족의 범위를 불문하고 친족 간 재산범죄는 친고죄로 일치시켜 규정하고, 장물범과 본범 사이가 근친인 경우 현행 필요적 감면에서 임의적 감면으로 개정하며, 근친·원친 여부를 불문하고 친고죄로 개정됨에 따라 형사소송법 및 군사법원법상 고소 제한 규정의 특례를 마련해 자기·배우자의 직계존속도 고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존에는 친족의 범위를 '근친(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등)'과 '원친(그 외 친족)'으로 나눠 달리 처우했지만, 개정 후에는 모든 친족 간 재산범죄를 일원적인 친고죄로 통일한 것이 핵심입니다. 피해자가 고소 의사를 표명하면 수사기관이 비로소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장물범과 본범이 근친 관계인 경우 적용되던 '필요적 감면' 규정도 함께 개정됐습니다. 앞으로는 법원이 범죄 경위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감면 여부를 판단하는 '임의적 감면'으로 전환됩니다. 이는 같은 친족 관계라도 피해 규모나 반복성, 악의성에 따라 법원이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 폭이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경과사건 특례와 2026년 6월 30일 고소 마감
소급 적용 범위
법무부는 부칙을 통해 개정된 친족상도례 규정을 헌법불합치 선고 시부터 개정 완료 시까지 발생한 경과 사건에 소급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법 개정 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점을 고려해 형사소송법상 고소기간(6개월)에 대한 특례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2024년 6월 27일부터 2025년 12월 30일 사이에 발생한 가족 간 재산범죄 피해자는 원칙적인 6개월 고소기간을 적용받지 않고, 개정 형법 시행일인 2025년 12월 31일로부터 6개월 이내인 2026년 6월 30일까지 고소할 수 있습니다.
2024년 6월 27일 이후 법 개정 전의 범죄는 법 시행 후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하므로 2026년 6월 30일까지 고소해야 하고, 이 법 시행 이후의 범죄에 대해서는 범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 무엇이 복잡한가
경과사건 특례가 있다고 해서 고소 준비가 단순한 것은 아닙니다. 우선 어떤 범죄 혐의로 고소할 것인지를 확정해야 합니다. 가족 간 금전 분쟁에서는 사기, 횡령, 배임, 공갈, 절도 등 여러 혐의가 사안에 따라 경합하거나 선택적으로 적용됩니다. 동일한 자금 이동이라도 처음부터 편취 의사가 있었는지(사기), 맡긴 돈을 임의 처분했는지(횡령), 아니면 업무처리의 일환으로 이익을 취했는지(배임)에 따라 요건이 전혀 달라집니다.
고소를 위해서는 피해를 입증할 자료를 갖추어야 합니다. 계좌이체 내역, 차용증, 위임장, 카카오톡·문자 대화 등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그러나 가족 관계 특성상 서면 없이 구두로 돈을 맡기거나 빌려주는 경우가 많아,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이 사건을 접수하더라도 피의자인 가족 측이 '증여' 또는 '합의 하에 사용'을 주장하면, 고소인 측에서 범죄 의사를 입증해야 하는 구도가 형성됩니다.
또한 친고죄이므로 고소를 일단 취소하면 다시 고소할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 가족 내부에서 합의가 진행되는 경우, 고소 취소를 조건으로 한 합의 제안을 받을 수 있는데, 이때 합의금의 적정성과 합의 조건의 구체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성급하게 취소 결정을 내리면 추후 추가 피해가 발생해도 형사적 수단이 차단됩니다.
개정법 시행 이후 범죄의 고소기간
2025년 12월 31일 이후 발생한 친족 간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특례가 아닌 원칙적인 친고죄 고소기간이 적용됩니다. 즉, 피해자가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 가족 간의 경우 범인이 누구인지를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 대부분이므로, 실질적으로는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식한 시점부터 6개월이 기산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다만 가족 사이의 신뢰 관계 때문에 피해 시점 자체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수년에 걸쳐 조금씩 횡령이 이루어지거나, 허위 차용 명목으로 반복 편취되는 경우에는 각 횡령 행위·편취 행위별로 고소기간이 각각 기산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최초의 피해까지 모두 포함하여 처벌을 받기 위해서는 각 행위 시점과 인식 시점을 세밀하게 정리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