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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피고인의 재판 불출석 지연 전술,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 소송촉진법 개정의 의미

2026년 5월 소촉법 개정으로 사기·보이스피싱 재판에서 피고인이 고의로 불출석해도 판결을 선고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정 내용과 쟁점을 살펴봅니다.

핵심 요지: 2026년 5월 7일 통과·즉시 시행된 소송촉진법 개정으로, 보이스피싱·사기 등 민생범죄 재판에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킬 경우에도 판결 선고가 가능해졌습니다. 진행 중인 사건에도 소급 적용됩니다. 다만 '정당한 사유'의 해석 기준이 아직 확립되지 않아, 피고인 방어권과 신속한 재판 사이의 균형을 법원이 어떻게 잡아 나갈지가 향후 쟁점입니다.

개정의 배경 — 피고인이 안 나오면 재판이 멈춘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출석은 원칙입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법원이 원칙적으로 그 기일을 진행하기 어렵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소액 약식사건이나 공시송달 요건이 갖춰진 사건에서는 이전부터 피고인 없이 심리를 진행할 수 있었고,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촉법')은 피고인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공시송달 절차를 거친 경우에 불출석 재판을 허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의 소재가 명확히 파악되고, 출석 요구도 정상적으로 송달되었음에도 피고인이 아무런 이유 없이 법정에 나오지 않는 경우는 다른 문제였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기일을 변경하고 구인장을 발부하는 등의 절차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고, 재판은 사실상 피고인이 조종하는 속도로 흘러가는 구조적 허점이 존재했습니다.

소촉법 개정안은 보이스피싱·사기 민생범죄 재판에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경우에도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개정안은 2026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 즉시 시행에 들어갔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도 적용됩니다. 사기 피해자가 피고인의 지연 전술로 인해 수년간 법정 분쟁에 묶이는 상황을 입법으로 직접 차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특히 보이스피싱이나 대규모 투자사기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여러 명이고, 그중 일부가 의도적으로 기일을 회피하며 재판 전체를 지연시키는 사례가 빈번하게 보고되어 왔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범죄 피해를 입은 것도 모자라 판결조차 받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는 셈이었습니다.

개정의 핵심 쟁점 — 피고인의 방어권과 신속한 재판의 균형

헌법상 방어권과의 긴장

이번 개정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재판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 때문만이 아닙니다. 형사 절차에서 피고인의 출석권과 방어권은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의 핵심 요소입니다. 피고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탄핵하고, 진술을 통해 재판부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줄 권리가 있습니다. 그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피고인이 법정에 직접 출석할 기회를 갖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개정 법률에 대한 법조계 내부의 긴장이 발생합니다.

'정당한 사유'의 해석 기준이 핵심

소촉법 개정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방어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법조계 일각의 우려가 있습니다. 다만 개정안은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에 한정해 적용되는 만큼, 피고인의 실질적 방어권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이 논란의 핵심은 '정당한 사유'의 해석 기준에 있습니다. 피고인이 아프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법원이 어떻게 심사할지, 허위 사유를 제출하며 여전히 기일을 늦추려는 시도를 어떻게 걸러낼지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아직 확립된 실무 기준이 없습니다. 개정 법이 즉시 시행에 들어갔지만, 법원이 피고인 불출석 요건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실무 기준 마련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진행 중인 사건에도 소급 적용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소급 적용 조항입니다. 이 개정안은 공포한 날부터 즉시 시행되며, 시행 당시 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에도 소급 적용된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와 차별화됩니다. 이미 수년째 재판이 지연된 사건의 피해자들에게는 즉각적인 구제 효과가 기대되지만, 피고인 입장에서는 종전 법률을 전제로 소송 전략을 세웠음에도 불리하게 변경된 절차가 소급 적용된다는 점이 논쟁의 여지가 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 절차 규정의 소급 적용이 헌법상 불이익 소급 입법 금지에 해당하는지에 관해서는 절차법과 실체법을 구별하는 종래 헌법재판소의 입장에 비추어 위헌이 아니라는 견해가 강하지만, 구체적인 사건에서 다툼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사기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와 피고인의 절차적 보장 사이에서 법원이 어떤 실무 기준을 세워 나갈지 향후 판례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증거·법원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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