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지 않던 가족이 유류분을 청구해 왔다면
2026년 개정 민법으로 확장된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와 청구 요건, 제소기간 특례를 정리합니다.
유류분 청구에 대항할 새로운 수단
부모가 돌아가신 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거나 임종조차 외면하였던 공동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일부를 요구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류분반환청구라는 이름의 소송으로 법원을 통해 재산의 최소 몫을 달라고 나서는 것입니다. 종전까지 이러한 경우에 청구받은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기여분 주장이나 증여·유증의 경위를 다투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2024년과 2026년 두 차례에 걸친 민법 개정으로, 상속권 자체를 잃게 하는 새로운 청구 수단이 마련되었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1004조의2(상속권 상실 선고)는 두 가지 청구 경로를 두고 있습니다. 하나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를 표시해 두고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청구하는 방식이고(제1항), 다른 하나는 공동상속인이 직접 가정법원에 청구하는 방식입니다(제3항). 공증 유언을 남긴 사례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실무에서 의미를 가지는 경로는 제3항입니다. 즉 피상속인이 아무런 유언을 남기지 않고 돌아가신 경우에도, 다른 공동상속인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였거나 피상속인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사정이 있다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2026년 개정, 모든 상속인으로 청구 확장
2024. 9. 20. 신설된 제1004조의2는 청구 대상을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에 한정하였습니다. 이른바 구하라법으로 알려진 입법의 출발점이 자녀를 돌보지 않고 연락을 끊었던 부모의 상속권을 문제 삼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부모를 오랫동안 돌보지 않다가 상속 개시 이후에야 나타나 유류분을 주장하는 자녀의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입법자도 이를 인식하였고, 2026. 3. 17. 공포·시행된 개정 민법(법률 제21454호)은 청구 대상을 모든 상속인으로 확장하였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상대로, 자녀가 형제자매를 상대로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부칙은 2024. 4. 25. 이후 상속이 개시된 사안에까지 소급적용을 정하였고(부칙 제2조), 법 시행 이전에 상속이 개시되어 이미 사유를 알고 있던 공동상속인에게는 법 시행일인 2026. 3. 17.부터 6개월 이내, 즉 2026. 9. 16.까지 청구할 수 있는 특례를 두었습니다(부칙 제4조).
판례 없는 영역에서의 설득 논거와 실무 준비
다만 노트를 마무리하기 전에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상속권 상실 선고는 제도 자체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역이고, "중대한 부양의무 위반"이나 "심히 부당한 대우"가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이어야 인정되는지에 관한 판례가 아직 축적되지 않았습니다. 입법 과정에서도 요건의 추상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 있었고, 초기 판결들은 상속권을 소급하여 잃게 한다는 효과의 무게를 고려하여 신중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판례가 없다는 사정은 반대로 보면, 사안별로 치밀한 사실관계 구성과 설득 논거가 결과를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친양자 입양 절차에서 10년 넘게 운용되어 온 "부양의무 이행" 판단 기준, 공무원연금법상 양육책임 불이행자에 대한 유족급여 제한 사례, 그리고 입법취지를 설명한 학술 문헌과 외국 입법례가 이 영역의 설득 논거로 연결됩니다.
실제 준비가 필요한 부분은 다음과 같은 지점들입니다. 청구 상대방이 피상속인과 장기간 교류·돌봄을 단절하였다는 사정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 예를 들어 진료기록과 간병 관련 기록, 주민등록 이동 이력, 금융거래 내역, 통신 기록 등이 필요합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남긴 의사 표시 — 영상이나 음성, 서신, 증언의 전문(傳聞) 등 — 도 가정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 고려하는 단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가족에서 배제되었다거나 연락이 차단되었다고 다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반대 논리에 대한 선제적 대비도 서면 준비 단계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합니다.
상속권 상실 선고는 아직 길이 만들어지지 않은 새로운 영역입니다. 유류분반환소송이 이미 진행 중인 경우라면 상속권 상실 청구와의 관계를 함께 살펴보시는 것이 필요하고, 부칙에 따른 제소기간이 2026. 9. 16.로 정해져 있는 점은 유의하여야 합니다. 사안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관련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시는 것만으로도 이후의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