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파기환송심, 재산분할에서 자금 출처와 평가시점은 왜 쟁점이 되었나
상장주식 재산분할에서 자금 출처의 불법성과 평가 기준시점이 분할액을 좌우하는 이유를 정리합니다
부부 일방의 명의로 되어 있는 특유재산이라도 다른 일방이 그 유지·증식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면 예외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재산의 형성 과정에 불법자금이 섞여 있다면 기여도 평가 자체가 흔들릴 수 있고, 재산 가치를 어느 시점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서도 분할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은 이 두 쟁점이 실제 소송에서 어떻게 결론을 좌우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며,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는 2026년 7월 24일 파기환송심 선고에서 재산분할금 9,440억 원(비율 1/3), 지연이자 연 5%를 명하였습니다.
특유재산도 예외적으로 분할대상이 되는 기준, 자금 출처가 문제되는 이유
민법 제839조의2는 이혼 시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면서, 그 대상을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부부 각자의 명의로 취득한 특유재산, 예컨대 혼인 전부터 보유하던 주식이나 상속받은 재산은 분할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이 원칙에 상당한 예외가 인정되어 왔습니다. 명의는 한쪽에 있더라도 다른 배우자가 재산의 유지·관리·증식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인정되면, 그 재산도 분할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재산분할 실무의 오랜 흐름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노소영 관장 측이 SK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주장할 수 있었던 근거도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 예외가 적용되려면 기여의 실질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1심은 재산분할액을 665억원, 위자료 1억원으로 산정하며 SK주식을 최태원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분할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하는 방향에 가까웠던 반면, 2심은 2024년 5월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액 1조3808억원을 인정하며 노 관장의 기여를 폭넓게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25년 10월 파기환송 판결에서, SK주식 취득 및 증식 과정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알려진 자금이 흘러들어갔다면 이를 노 관장 측의 순수한 기여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산 형성의 자금 출처에 불법성이 있다는 사정이, 배우자의 기여도를 부풀리는 근거로 쓰일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이는 재산분할이 부부 공동의 노력을 청산하는 제도이지, 자금의 출처를 불문하고 그 규모만으로 분할비율을 정하는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파기환송심(선고: 2026. 7. 24.)에서는 이 부분을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SK주식을 여전히 공동재산으로 취급하되 불법 자금의 기여분만 제외하는 방식과, 아예 특유재산으로 되돌려 분할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수천억원의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서로 다른 접근입니다.
재산분할의 평가 기준시점, 왜 이 사건에서 결론을 바꾸는가
재산분할 대상 재산의 가액은 실무상 원칙적으로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소송이 장기화될수록 이 원칙은 더 큰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이혼소송이 제기된 시점과 최종 선고 시점 사이에 자산 가치가 크게 변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이 특히 첨예했던 이유는 SK주식이라는 상장주식의 특성 때문입니다. 비상장주식은 시장가격이 없어 감정평가라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상장주식은 매일 시세가 형성되는 대신 그 시세 자체가 단기간에도 크게 출렁일 수 있습니다. 결국 어느 날짜를 평가 기준시점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같은 수량의 주식이라도 분할 대상 가액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노 관장 측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한 평가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고, 최 회장 측은 이와 다른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기에 더해 SK주식은 단순한 지분가치를 넘어 경영권과 결부된 자산이라는 점에서,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할 것인지도 함께 다투어지는 쟁점입니다. 상장주식이라는 이유로 평가가 오히려 단순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점 선택과 프리미엄 반영 여부라는 또 다른 층위의 다툼이 생기는 셈입니다.
파기환송심 선고 요지와 이 사건에 남은 의미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2026년 7월 24일 파기환송심 선고에서,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 원을 지급하고 판결 확정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지연손해금을 함께 지급하도록 명하였습니다. 재산분할 비율은 노 관장 3분의 1, 최 회장 3분의 2로 정해져, 2심에서 인정된 1조 3,808억 원 및 그 비율(35%)보다 축소된 결론입니다.
SK주식의 성격에 관해서는, 재판부가 이를 재산분할 대상 재산으로 포함시키면서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재산이라는 최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판결 요지에 따르면 재판부는 혼인기간 중 최 회장의 경영활동으로 SK주식의 가치가 크게 증대되었고 여기에 노 관장의 가사·양육과 SK그룹 관련 대외 활동이 기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결에서 지적한 자금 출처의 불법성 쟁점은, 분할대상 자체를 축소하는 근거로 채택되었다기보다 분할비율(3분의 1)에 반영되는 방식으로 정리된 것으로 읽힙니다.
평가 기준시점에 관해서는, 재판부가 SK주식의 가액 산정 기준일을 종전 항소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로 특정하였습니다. 상장주식이라 하더라도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자체가 분할액을 좌우한다는 점이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도 다시 확인된 셈이며, 그 시점에 대한 재판부의 명시적 판단이 판결 주문에 직접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번 판결은 특유재산으로 취급될 여지가 있는 자산이라 하더라도 배우자의 기여가 인정되면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실무의 흐름을 재확인하는 한편, 그 기여의 폭과 자금 출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분할비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상고 여부와 대법원의 추가 판단 가능성에 따라 최종 결론은 다시 변동될 수 있으므로, 파기환송심 선고가 이 사건의 법률적 종결점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른 단계라는 점도 함께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 이혼 사건에서도 되풀이되는 구조
재산 규모의 차이를 걷어내고 보면, 이 사건이 보여주는 법리적 구조는 일반적인 이혼 재산분할 사건에서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배우자 명의로 되어 있는 부동산이나 예금, 주식이 실제로는 상속·증여받은 특유재산인지, 아니면 혼인 중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된 것인지를 다투는 사안은 흔합니다.
이때 핵심은 자금의 출처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계좌 이체 내역, 증여세 신고 자료, 부동산 취득 자금조달계획서 등은 재산의 성격을 가르는 결정적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재산 형성 과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할 때는 가사노동, 자녀 양육, 배우자의 사업 활동을 뒷받침한 구체적 정황을 함께 제시해야 다툼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습니다.
평가 기준시점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분할 대상 재산의 가치가 변동할 여지가 커지므로, 어느 시점의 자료를 기준으로 주장을 구성할 것인지, 그리고 그 시점의 타당성을 뒷받침할 자료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재산분할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이 사건은 그 규모만 클 뿐, 일반적인 이혼 재산분할 사건에서 다투어지는 쟁점의 구조 자체는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