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재산분할, 비상장주식은 무조건 현금으로 줘야 할까
대법원이 비상장주식을 현금 지급(대상분할)으로만 나누어 온 하급심 관행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분할 방식의 선택 기준과 실무적 쟁점을 정리합니다.
이혼 재산분할에서 비상장주식은 그동안 "주식 보유자가 단독으로 가져가고 상대방에게 현금을 지급한다"는 대상분할 방식으로 처리되는 것이 하급심의 일반적 관행이었습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026년 5월 29일 이 관행에 제동을 걸면서, 대상분할만으로 당사자 간 형평이 현저히 훼손되는 경우에는 현물분할·경매분할 등 여러 방법을 혼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비상장주식이 포함된 이혼 사건에서 분할 방식의 선택이 실질적인 분쟁 핵심으로 부각되는 이유와 이번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살펴봅니다.
대상분할 관행이 형성된 배경과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
왜 비상장주식에는 대상분할이 주로 활용되어 왔는가
재산분할의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분할 대상 재산을 그 형태 그대로 나누는 현물분할, 재산을 경매에 부쳐 그 대금을 나누는 경매분할, 그리고 특정 재산을 한쪽이 단독으로 취득하되 상대방에게 그 지분에 해당하는 금전을 지급하는 대상분할이 있습니다. 민법은 재산분할의 구체적 방법에 관한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않고 가정법원이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정하도록(민법 제839조의2 제2항) 하고 있어 사실상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과 달리 장내 시장에서 자유롭게 매매할 수 없습니다. 주식 자체를 나누면 외부인이 경영에 개입하게 되고, 비상장 회사는 주주간계약이나 정관으로 주식 이전을 제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결과 하급심 실무는 비상장주식을 창업자(보통 남편)에게 귀속시키고 상대방에게 현금으로 지분을 청산해 주는 대상분할을 선호해 왔습니다. 법원이 이 방식을 어떤 원칙에서 선택한다는 명확한 대법원 판례나 법률 규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하급심들이 과거 하급심 판결을 답습해 온 측면이 강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구체적 내용
이번 사건에서 부부의 전체 분할 대상 재산은 약 891억 원이었습니다. 재산분할 비율은 아내 20%, 남편 80%로 정해졌고, 아내의 순재산은 35억 원, 남편의 순재산은 856억 원 으로 산정되었습니다. 남편의 순재산 중 보험대리점업체 비상장주식 2,000주의 가액은 753억 원으로 평가됐고, 비율에 따라 남편이 아내에게 143억 원을 금전으로 지급하라는 것이 원심의 결론 이었습니다.
문제는 비상장주식을 제외한 남편의 순재산이 약 103억 원에 불과하고 상당수가 부동산이어서 처분이 쉽지 않으며, 나머지 자산을 모두 현금화하더라도 재산분할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 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해당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주식이므로 현금화하려면 경영권이 포함된 지분 상당량을 처분해야 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창업자이자 경영자로서 투입한 노력의 결실이 훼손될 수 있으며 회사의 존속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 대법원은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 형평 훼손 시 혼용 방안 적극 검토
대상분할 우선 원칙의 유지와 그 예외
이번 판결이 기존 대상분할 관행을 전면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비상장주식 재산분할에서는 대상분할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대상분할만으로 당사자 간 형평이 현저히 훼손되는 경우에는 현물분할과 대상분할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고 밝혔습니다. 즉, 원칙(대상분할 우선)은 유지하되, 예외 요건인 "형평의 현저한 훼손"이 인정될 때는 법원이 적극적으로 혼용 방식을 검토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대상분할 방식으로 재산분할을 명하는 게 당사자들의 형평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에는 여러 종류의 재산분할 방법을 혼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고 판시함으로써, 법원이 재산 구성 현황을 면밀히 살펴보지 않고 관행적으로 대상분할을 적용하는 것에 제동을 건 것입니다.
"형평의 현저한 훼손"을 판단하는 요소
이번 판결에서 드러난 고려 요소는 크게 셋입니다. 첫째는 현금화 가능성입니다. 비상장주식 외 다른 재산을 모두 처분하더라도 분할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대상분할은 사실상 핵심 영업 자산의 강제 처분을 의미하게 됩니다. 둘째는 경영권 침해 위험입니다. 주식 매각이 지배력 상실로 이어지는 경우, 창업자가 회사를 통해 축적해 온 가치 자체가 훼손됩니다. 대법원은 주식 현금화의 어려움, 경영권 문제, 세금 부담 등 현실적 요인도 고려해 형평성을 중시해야 함 을 강조하였습니다. 셋째는 지분 분산의 실행 가능성입니다. 현물분할 시 상대방에게 주식이 이전될 경우, 회사 정관이나 주주간계약상 제한을 검토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매분할 방식, 또는 현물분할과 대상분할의 혼합 명령이 선택지가 됩니다.
분할 방식이 가져오는 세금·실행 리스크
분할 방식은 세금 측면에서도 중요한 차이를 만듭니다. 대상분할에 따른 현금 지급은 주식 양도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현물분할로 주식이 이전되는 구조에서는 양도소득세·증여세 과세 여부가 별도로 검토되어야 합니다. 특히 비상장주식의 가액 평가 자체도 논란이 될 수 있어, 평가 기준일과 방법론(순자산가치법·수익가치법 등)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분할금 규모가 크게 달라집니다.
재산분할 비율이 확정된 이후라도 방식 결정은 별개의 쟁점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분할 방식별 실행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주식 가치 평가 방법론에 대한 다툼, 분할 대금 마련 가능 여부에 대한 입증, 경매분할 시 공정가액 확보 방안 등은 당사자가 독자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실무적 시사점: 비상장주식이 있는 이혼 사건의 쟁점 지형
이번 판결이 파기환송으로 결론났다는 점은, 하급심에서 재산분할 방식의 선택이 단순히 금액 문제를 넘어 독립적인 법률 쟁점으로 다투어져야 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비상장주식이 재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혼 사건에서 분쟁의 지형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먼저 분할 대상 재산으로 비상장주식을 포함할 것인지(특유재산 여부), 그다음 주식 가액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감정 시점·평가 방법), 그리고 이번 판결이 새롭게 부각시킨 분할 방식의 선택(대상분할·현물분할·경매분할·혼합)이 단계별 쟁점입니다. 각 단계에서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주장과 증거 제출 전략은 서로 연동되어 있어, 어느 한 단계의 양보가 다른 단계에서 어떤 파급을 낳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비상장회사 창업자 측에서는 "현금화 불가능한 주식을 현금 지급하라는 것은 경영권 박탈"이라는 논거를, 상대방 측에서는 "주식 가치가 불투명한 현물분할은 실질적 분할이 되지 않는다"는 논거를 내세우게 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어느 쪽이 무조건 옳다고 하지 않고, 구체적 재산 구성 현황을 법원이 적극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는 심리 의무를 강화한 것으로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