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다 낸 사고, 공단이 구상 못 한다 — 대법원 2022다250008 판결의 의미
공사 현장에서 업무상 위험을 공유한 관계라면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금 청구가 제한된다는 2026년 대법원 판결을 분석합니다.
"같이 일하다 낸 사고"에 구상금을 물릴 수 있는가
건설·제조 현장에서는 여러 사업자와 근로자가 한 공간에 뒤섞여 작업하는 일이 잦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 피해 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하고, 이후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은 사고를 유발한 제3자를 상대로 지급한 보험급여를 돌려받는 소송, 즉 구상금 청구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고를 낸 당사자가 피해 근로자와 '같은 현장에서 함께 위험을 나누며 일하던 동료 사업자'라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 민사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2026년 4월 2일, 개인사업자인 포클레인 기사가 공사장 작업 중 다른 근로자를 다치게 했더라도 업무상 재해 위험을 공유한 관계라면 근로복지공단은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해당 기사에게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원심을 파기자판하였습니다(2022다250008). 이번 판결은 구상금 청구의 요건으로 단순히 '제3자가 사고를 냈는가'를 넘어, 당사자들이 동일한 업무상 위험 구조 안에 놓여 있었는지를 적극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 사건의 핵심 배경을 이해하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조항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사람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고 규정하여, 공단이 대위할 수 있는 손해배상청구권의 한도를 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대위할 수 있는 범위를 특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때문에 구체적 범위는 판례 법리에 의존하게 됩니다.
업무상 위험 공유 법리와 이번 판결의 실무적 함의
이번 판결의 법리적 출발점은 2021. 3. 18. 선고된 대법원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그 판결에서 대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이 정한 '제3자'의 범위는 단순히 보험료 부담관계만으로 결정할 수 없고,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 안에서 업무상 재해에 관한 공동의 위험관계를 형성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명시하였습니다. 종전에는 가해자가 재해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지, 같은 산재보험에 함께 가입되어 있는지 등 형식적 기준에 따라 제3자 해당 여부가 다투어졌으나, 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기로 업무상 위험의 공동 부담이라는 실질적 기준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습니다.
이번 2022다250008 판결은 위 위험공유 법리를 건설현장의 포클레인 기사와 다른 업체 하청 근로자 사이의 사고라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본격적으로 적용한 사례로서, 같은 현장에서 한 공정 안의 작업을 함께 수행한 자 사이에서는 사고를 낸 자가 곧바로 산재법상 제3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실무적으로 이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건설 공사 현장의 구조적 특성 때문입니다. 원수급인·하수급인·개별 사업자들이 한 현장에서 함께 작업하는 경우, 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공단이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사안마다 달리 다투어져 왔습니다. 이번 판결은 기계적으로 '사고를 낸 자 = 제3자 = 구상 대상'으로 연결하는 논리에 제동을 걸고, 당사자 사이에 위험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는지를 실질적으로 심리하도록 요구합니다. 다만, 여러 회사가 한 장소에서 일했더라도 각자 분리된 작업을 수행했다면 공단의 구상권을 제한하는 예외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명확히 한 선례가 있는 만큼, 위험 공유 여부는 추상적 논리가 아니라 실제 작업 방식, 지휘·감독 구조, 공간적 인접성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판단된다는 점도 함께 유의해야 합니다.
이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구상금 청구를 받은 사업자나 개인사업자 측뿐 아니라, 피해 근로자 측에서도 중요하게 살펴야 할 판결입니다. 구상금 청구가 제한될수록 공단이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보험급여의 범위가 넓어지고, 이는 산재보험 제도의 사회보장적 기능이 두터워지는 방향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사안에 따라 위험 공유 관계가 인정되는지의 판단은 상당히 섬세한 사실관계 검토를 필요로 하므로,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판단 여지는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