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음원이 회사를 통해 다른 곳으로 팔렸다면
최근 화두가 된 음반 마스터권 매각 논란을 계기로, 음반제작자의 권리와 마스터권 양도, 그리고 아티스트의 정산청구 구조를 정리합니다.
디스전을 계기로 다시 떠오른 음원 권리의 구조
지난 4월 빅나티가 발표한 음원 'INDUSTRY KNOWS'를 계기로 시작된 일련의 디스전 가운데, 과거 한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의 저작인접권 매각 문제가 다시 화두가 되었습니다. 곧이어 같은 레이블 소속이었던 기리보이가 SNS에 매각 당시의 심경을 밝히면서, 인터넷에서는 "내가 만든 노래를 어떻게 회사가 다른 데에 팔 수 있느냐"는 의문이 폭넓게 제기되었습니다. 이 글은 특정 인물의 주장에 대한 평가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표면화된 음반제작자의 권리, 마스터권 양도, 아티스트의 정산이라는 세 개의 법적 층위를 정리해 두는 것이 실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아, 그 구조를 살펴봅니다.
음원 한 곡에 얽혀 있는 권리는 단일하지 않습니다. 작곡과 작사를 한 사람에게 인정되는 저작재산권(저작권법 제16조 내지 제22조), 노래·연주를 실연한 사람에게 인정되는 실연자의 권리(같은 법 제66조 내지 제77조), 그리고 음반을 처음 만들어 낸 사람에게 인정되는 음반제작자의 권리(같은 법 제78조 내지 제83조의2)가 각각 별개로 발생합니다. 뒤의 두 권리를 묶어 저작인접권이라고 부릅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5호는 음반을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으로 정의하고, 같은 조 제6호는 음반제작자를 "음반을 최초로 제작하는 데 있어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책임을 지는 자"로 규정합니다. 음반제작자에게는 복제권·배포권·대여권·전송권이 인정되며, 이 권리들의 묶음이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마스터권의 실체입니다.
대법원도 같은 곡에 결합된 두 권리를 별개로 보아왔습니다. 대법원 2021. 6. 3. 선고 2020다244672 판결은 음반사가 음원유통사에 마스터권을 양도한 후 작곡가 겸 가수인 소속 아티스트와 분쟁이 발생한 사안에서, 음반제작자의 저작인접권은 음을 맨 처음 음반에 고정한 때부터 발생하는 별개의 독립된 권리이므로 음반에 수록된 곡의 작사·작곡가가 음반제작자의 허락 없이 그 음반을 복제하면 음반제작자의 복제권 침해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작곡가가 자신의 곡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그 곡을 담아 만든 음반의 저작인접권을 누가 가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 분명히 정리된 것입니다.
마스터권 양도는 회사의 권한이지만, 정산은 별개입니다
음반제작자의 권리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는 결국 전속계약과 음반 제작 비용·기획·책임의 부담 구조에 따라 결정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마련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가수용)를 비롯한 실무상의 전속계약은 통상 "계약기간 중 제작된 음반에 대한 음반제작자의 권리는 회사에 귀속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가 마스터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정 자체, 그리고 회사가 그 마스터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행위 자체는 법적으로 막기 어려운 영역에 속합니다. 자기 재산을 매각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양도가 자유롭다는 점이 곧 아티스트가 아무런 권리도 가지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첫째, 전속계약 또는 부속합의에 통지·동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면 회사는 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양도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둘째, 음반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회사와 아티스트가 일정 비율로 정산하기로 약정한 경우, 마스터권 양도대가도 그 정산의 대상이 되는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양도대가는 형식상으로는 자산매각 대금이지만, 실제로는 향후 발생할 음원 수익을 한꺼번에 현재화하여 받은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전속계약이 정한 신의칙·성실의무 조항을 통하여, 회사는 양도의 시점·조건·상대방 선정 과정에서 아티스트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분쟁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은 양도 자체의 적법성보다는 양도대가의 분배 방식, 전속계약 종료 이후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사후 정산의 범위, 양도 시 통지가 적시에 이루어졌는지의 문제로 모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앞서 인용한 대법원 2020다244672 사건도 마스터권 양도 자체가 무효라거나 아티스트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차원의 다툼이 아니라, 양도 후 남는 권리관계와 양 당사자의 지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관한 다툼이었습니다.
분쟁이 본격화될 경우 — 입증과 청구의 구조
분쟁이 본격화되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정보의 비대칭입니다. 양도계약서, 매각 대상 곡 목록, 매각대금 산정 근거, 자금의 흐름은 회사 내부에 있고, 아티스트가 외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본안 청구에 앞서 회계장부·정산자료의 열람이나 문서제출명령(민사소송법 제344조 이하)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고, 양도 진행 자체를 멈추어야 할 단계라면 처분금지가처분도 검토 대상이 됩니다.
본안 청구의 구조는 사안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속계약상 정산조항이 명확하다면 채무불이행에 따른 정산금 청구가 일차적인 청구원인이 됩니다. 정산조항이 불명확하거나 양도 시 별도의 정산 합의가 누락된 경우에는 부당이득반환(민법 제741조)이나 신의칙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이 보충적으로 검토됩니다. 양도 과정에서 회사 내부의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되었거나 임직원이 거래 상대방과 부적절하게 협력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또는 업무상 배임죄 차원의 별도 책임 추궁 경로가 열릴 수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양도 후 아티스트가 동일 음원을 무단으로 복제·이용한 경우 음반제작자의 권리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20다244672 판결이 그 가능성을 분명히 한 사례입니다.
마스터권 양도 분쟁에서 결과를 가르는 변수는 결국 계약서의 문언, 정산 합의의 유무, 그리고 자금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자료의 확보 여부입니다. 회사 측이든 아티스트 측이든, 분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전속계약서와 부속합의서, 정산내역을 정리해 두시는 것만으로도 이후의 판단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됩니다.